경향신문사와 이화여고가 공동 주최하는 국내 최고의 음악영재 등용문 이화경향음악콩쿠르가 열띤 경연의 막을 내렸다. 70회째를 맞은 올해 콩쿠르는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예선은 1~14일, 본선은 15~21일 진행됐다.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전함에도 참가자 수가 대폭 늘었다. 전년보다 243명 증가한 1073명의 음악도가 참가했다.
주최 측과 참가자, 심사위원들은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하면서 이번 콩쿠르에 임했다. 심사위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여전한데도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학생이 참여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마스크를 쓰고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또 “많은 학생이 참여한 데다 실력들도 상당해 이번 콩쿠르는 그 어느 해보다 치열했다”고 전했다.
경연은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등 6개 부문에서 초·중·고등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성악 남녀 부문은 고등부와 대학·일반부로 나뉘어 경합을 펼쳤다. 참가 인원은 피아노 237명, 바이올린 195명, 비올라 43명, 첼로 117명, 플루트 165명, 클라리넷 92명, 성악 224명이었다. 총 1073명의 참가자 가운데 121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최종적으로 59명이 입상했다. 그중 1위의 영광을 거머쥔 입상자는 모두 18명이다. 1위 수상자는 피아노 3명, 바이올린 2명, 비올라 1명, 첼로 2명, 플루트 3명, 클라리넷 4명, 성악 3명이다. 플루트 중등부와 클라리넷 고등부에서는 공동 1위가 나왔다. 바이올린 고등부, 비올라 중등부와 고등부, 첼로 중등부, 플루트 고등부, 성악 고등부 남자 부문은 아쉽게도 1위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시상식은 5월13일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일정이 조정될 수도 있다.
■피아노 부문 1위 수상자
강서영 (11·경복초등 5년)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해 2014년부터 국내 여러 콩쿠르에서 우승해온 경력을 지녔다. 초등학생 시절 최종 목표가 “이화경향음악콩쿠르 우승이었는데, 이번에 꿈을 이뤄 정말 기쁘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콩쿠르에 임하는 자세를 묻자 “어려운 곡을 실수 없이 연주하는 것, 음악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라는 의젓한 답을 내놨다. 아끼는 음악은 바흐의 평균율 프렐류드 1번,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는 “색다른 해석으로 연주하는 호로비츠”라고 답했다. 음악 외에 관심사는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만들기 수업을 재밌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찬욱 (14·해송중 2년)
초등 6학년 때도 이화경향음악콩쿠르에 참가했는데, “등수 안에 못 들어 아쉬웠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는 작은누나가 ‘음악 인생’의 멘토였다. “피아노 치는 누나가 콩쿠르에서 상을 받는 모습이 멋져 보여” 초등 1학년 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쇼팽의 협주곡 1번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도 역시 쇼팽 연주에 일가견이 있는 라파우 블레하츠를 꼽았다. 좋아하는 과목은 과학과 국어, 취미는 축구. “엄마 아빠에게 효도하고,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다.
정예찬 (17·서울예고 2년)
그동안 여러 콩쿠르에 참가했지만 “유일하게 이번 콩쿠르에서 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음악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아마 그 보답을 우승으로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엄마가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덕분에” 6세 때부터 자연스럽게 피아노 앞에 앉았다.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는 강충모” “존경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다닐 트리포노프”라고 했다. 학교 성적을 묻자 “공부를 좋아하긴 하는데 성적은 별로”라고 답했다.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이 폭넓다. “비틀스의 팬”이라면서 “기회가 되면 친구들과 밴드를 하고 싶다”는 소망도 피력했다.
■바이올린 부문 1위 수상자
손지우 (12·방일초등 6년)
5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하루 평균 5시간씩 꾸준히 연습해왔다”고 말했다. 음악공부가 힘들 때 가장 큰 위로는 “강아지하고 노는 것”이다. “체육활동을 좋아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들을 맘껏 만나지 못해 답답하다”고 했다.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도 “마스크 쓰고 연습하는 것”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을 “존경하는 음악가”로 손꼽으며 “사람들에게 클래식이 흥미진진한 음악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 훌륭한 선생님이 돼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래은 (14·예원학교 2년)
바이올린을 먼저 배웠던 오빠가 연습하는 것을 들으면서 “입으로 흥얼흥얼 흉내내다가 여섯 살 때 악기를 시작”했다. “바이올린을 하다 보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활동적인 취미를 즐기는 편이다. 학과목 중에서 체육을 좋아하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 것,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져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바흐와 모차르트의 음악을 사랑한다”면서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는 레오니다스 카바코스를 꼽았다. “지금처럼 즐겁게 바이올린을 하면서 더 많이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올라 부문 1위 수상자
한재윤 (11·서원주초등 5년)
“국내에서 가장 큰 콩쿠르여서 너무 떨렸어요.” 무대에 올라서도 “다리가 후덜덜” 떨리는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자신 있게 연주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비올라를 했으니 음악적 성취가 빠른 편이다. 비올라보다 피아노를 먼저 배웠고 중창단에서 노래도 불렀다. 무대에서 떨었다는 고백과 달리 성품이 시원시원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묻자 “김세정의 ‘재회’라는 노래가 정말 좋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체육시간이 가장 반갑고, 만화 그리기가 취미다. “영화도 정말 좋아하는데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져서 맘껏 영화관에 가고 싶다”고 했다.
■첼로 부문 1위 수상자
조민 (12·정발초등 6년)
초등 1학년 때 취미로 첼로를 시작했고 4학년 때부터 집중해 공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첼로 소리가 점점 좋아져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다소 늦게 전공으로 택했지만 그동안 국내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가장 좋아하는 첼로곡은 엘가의 협주곡, 그중 2악장이 “가장 마음을 끌어당긴다”고 했다. 학과목 중에서는 “미술을 가장 좋아하고, 취미도 그림 그리기”라고 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면서 첼로 연습의 피로를 풀곤 한다. 올해 또 중요한 숙제는 “예중 입학”이다. “좋은 결과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태웅 (16·서울예고 1년)
아직 1학년인데 선배들과 경쟁해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본선에서 드보르자크의 곡을 20분간 연주하면서 “음악적 몰입과 테크닉적인 부분을 동시에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등 1학년 때 취미로 첼로를 시작, 5학년부터 전공했다. “하루 3~4시간 연습은 기본”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음악가들이 너무 많다면서 그중에서도 라흐마니노프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말러의 교향곡, 재즈도 즐겨 듣는다”고 했다. 음악사와 미술사 같은 교양에 관심이 많다. “올해 말에는 직접 공연을 기획해 친구들과 함께 팀을 만들어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클라리넷 부문 1위 수상자
박서준 (12·한양초등 6년)
“동아리 선생님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클라리넷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했다. 2학년 때 악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큰 콩쿠르에서 수상해 정말 기쁘다”면서 “경연을 준비하느라 친구들과 놀지 못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밝고 활발한 성품이다. 특히 친구들과 게임하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에서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한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클라리넷을 열심히 해 예중에 입학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며 “맛있는 음식을 좋아해 음식 관련 유튜버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나연 (16·예원학교 3년)
우승을 차지하고 첫 반응이 “1등이라니! 믿기질 않는다”였다. 초등 5학년 때 클라리넷을 시작해 “하루 3~4시간씩 연습해왔다”고 했다. 체육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수영은 선수생활을 했을 정도로 뛰어나다. 독일의 클라리넷 연주자 자비네 마이어를 존경하고,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춤곡이다. “팝송도 즐겨 듣는다”고 했다. “이번 콩쿠르에서 배운 게 많다”면서 “선생님이 강조하신 ‘연습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의 뜻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코로나19가 끝나는 대로 가족과 여행 가는 것”이 당장의 바람이다.
김린사 (17·계원예고 2년)
“많은 콩쿠르에서 입상해봤지만 이화경향음악콩쿠르에서 1등을 하게 돼 큰 영광입니다. 절대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초등학교 때 클라리넷을 처음 접했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전공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수석인 리카르도 모랄레스를 존경하는데, “예전에 그분에게 받은 마스터클래스가 정말로 훌륭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꿈은 “음악을 더 넓게 바라보는 것”이고, “클라리넷 외의 다른 악기도 공부해보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해외로 여행을 나가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음악회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선호 (16·서울예고 1년)
“오늘이 할머니 생신인데, 큰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돼 정말 기뻐요.” 지난해 중등부에 이어 올해에는 고등부에서 또 1등을 거머쥐었다. 2·3학년 선배들과 경쟁해 차지한 우승이다.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겸손을 내비쳤다. 초등 3학년부터 클라리넷을 공부하면서 어린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했다. 학교 공부에 대해서는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악기 연습과 병행해야 해서…”라며 멋쩍게 웃었다. 취미는 운동, 강아지와 놀기, 영화 보기. 좋아하는 음악가를 묻자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신선한 답변을 내놨다.
■플루트 부문 1위 수상자
박지인 (12·대구동일초등 6년)
예선과 본선을 치르는 동안, “대구에서 서울까지 오가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영상으로 비대면 레슨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했던 우승”이 더욱 기쁘다. “음악을 전공한 엄마 덕분에 아가 때부터 숨쉬듯 음악을 들었다”고 했다. 2학년 때 취미로 플루트를 시작, 5학년 들어서면서 전공하기 시작했다. “체육, 그중에서도 달리기를 좋아하는데, 폐활량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존경하는 연주자로는 에마뉘엘 파후드를 꼽았다. “내 호흡과 함께 아름다운 선율을 전해주는 것이 플루트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김채은 (13·예원학교 1년)
지난해 초등부에 이어 또 1위를 거머쥐었다. “올해 1위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며 즐거워했다. 초등 3학년 때 방과후수업으로 플루트를 처음 접했다. 피아노와 성악을 먼저 시작했는데, “친구들이 교실에서 부는 플루트 소리에 반해서”였다. “적어도 하루 3시간 연습”을 불문율처럼 지켜왔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명연주자였던 안드레아스 블라우, 2016년 말부터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수석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유빈을 “가장 사랑하는 연주자”로 꼽았다. “요즘 성악곡에 흠뻑 빠져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지휘와 작곡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신채린 (14·예원학교 2년)
지난해 공동 3위에 이어 이번에 드디어 1등을 수상했다. 초등학교 방과후수업에서 플루트를 처음 접했으며, 6학년 때 예원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플루트의 매력을 제대로 알게 됐다”고 했다. “열심히 책을 읽으면서 견문을 넓히려고 노력한다”면서 “영어 원서와 한국 문학”을 가장 많이 읽는다고 했다. 존경하는 음악가는 에마뉘엘 파후드, 제임스 골웨이. “플루트뿐 아니라 오케스트라 음악을 듣는 것도 즐긴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공연 보는 걸 좋아”하는데, “한 편의 공연을 제대로 만들려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성악 부문 1위 수상자
김승아 (18·부산예고 3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성악을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 그동안 국내 여러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그중에서도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이화경향콩쿠르 우승은 특히 영광스럽다”고 했다. 이번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정확한 발성”과 “음악을 더 섬세하고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마리아 칼라스를 존경”하며, “성악은 인문예술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흥미가 많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나를 충전한다”면서 “한국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노래하는 ‘소프라노 김승아’를 꿈꾼다”고 했다.
박지영 (23·서울대 4년)
고교 시절에도 이화경향음악콩쿠르에서 입상했다. 대학 진학 후 “4년 가까이 성악을 공부하고 연습하면서 좌절한 시기도 있었지만, 이번 수상을 통해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에서 어려웠던 점은 “발성 등 테크닉적인 부분보다는 정신적 편안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하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성악을 시작했고, “존경하는 소프라노는 미렐라 프레니”라고 했다. “발성과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아서”다. 불어불문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으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어렵지만 “언젠가 프랑스로 유학할 계획”이다.
심원빈 (25·경희대 4년)
고교 2학년이 끝나가던 무렵, 피아니스트인 어머니가 성악을 권했다. 그날 이후 “어느 날은 1~2시간, 많으면 4시간씩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는 군대 전역하고 첫 도전이었다. 우승 소식에 “어안이 벙벙하다”면서 “기도해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역시 “어머니”. 전설적인 바리톤 에토레 바스티아니니를 비롯,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와 블라디미르 체르노프를 존경한다. 감동을 주는 “공감의 바리톤”을 꿈꾼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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