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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1학년 게임하듯 ‘코딩’ 배워… 로봇 이동경로 짜기 ‘척척’ ['2019 미래교육' 현장보고서]

입력 : 2019-07-01 07:00:00 수정 : 2019-06-30 20: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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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서울 경복초등학교 르포 / 한 반 20여명 전문교사 등 4명이 지도 /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명령 그림카드 / 놀이수업 반복해 개념 스스로 알게 해 / 흥미 촉발 → 제작 → 토론 → 문제 개선 / 교과융합 ‘메이커교육’ 2018년 도입 / “너무 이르다고요? 못할 이유 없어요”

“자 1분 더 줄게요. 여러분이 직접 길을 디자인하는 거예요.”

“알버트가 길을 따라가려면 코딩을 어떻게 해야 하죠?”

“이 카드는요? 맞아요 알버트가 마지막에 했던 행동을 계속 반복하게 해주는 카드예요.”

지난 6월24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뤄진 메이커교육 수업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건넨 말들이다. ‘알버트’는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교육용 스마트로봇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코딩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고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끔 개발됐다.

수업 목표는 알버트를 목표지점까지 이동시키는 것이다. 학생들은 출발점과 도착점이 표시된 지도를 직접 제작하고, 알버트가 길을 따라 나아갈 수 있도록 코딩을 한다. 알버트를 움직이는 데는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명령어가 담긴 그림카드가 사용된다. 그림카드를 알버트에 부착된 센서에 인식시키면 연동된 태블릿PC로 전송돼 태블릿에서 알버트의 ‘경로’를 짤 수 있다. 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프로젝트를 이끄는 전형적인 메이커교육이다. 몇 학년에서 배우는 내용일까.

이날 참관한 수업은 경복초 1학년 아이들 20여명이 참여했다. 경복초 메이커교육 수업에는 메이커교육 전문교사, 전문 보조교사, 담임, 부담임까지 총 네 명이 참석해 아이들을 지도한다. 교사 1인당 담당하는 학생이 5∼6명에 불과했다.

서울 광진구의 경복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6월24일 오전 메이커교육 수업에서 교사의 지도에 따라 코딩 교육용 스마트로봇 ‘알버트’가 지나갈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10여종에 달하는 그림카드는 알버트를 상하좌우로 한 칸씩 움직이는 카드, 명령어 무한반복 또는 무한반복을 취소할 수 있는 카드, 알버트 전체 행동을 제어하는 재생·정지 카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양해인 전문교사가 물었다. “자, 여러분. 우리가 앞으로 가는 카드, 오른쪽으로 가는 카드, 회오리 카드(무한반복) 순서로 알버트에 입력시키면 알버트는 어떻게 될까요?” 너도나도 “저요”를 외치며 손을 번쩍 든 아이들은 “오른쪽으로 빙빙 돌아요” “앞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돌고 다시 앞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돌아요” 등 다양한 대답을 내놓았다.

아이들이 알버트를 조작하는 모습.

이쯤 되면 기자는 ‘문송(문과라서 죄송)’할 따름이다. 초등학교 1학년이 배우기에 너무 어려운 내용은 아닐까. 경복초의 메이커 교육과정을 설계한 황중원 교사도 “보통 알버트는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학생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무한반복 같은 개념을 초1 아이들이 이날 수업 한 번으로 완벽하게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1학년 수업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안 할 이유도 없다. 경복초 메이커교육의 특징은 수업을 통해서 인지적인 개념을 심는 걸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흥미와 재미를 느끼도록 유도하고 추후 반복 수업을 통해 개념을 스스로 해석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교사는 이 같은 메이커교육 교수학습 방식을 ‘TMSI’라고 설명했다. 팅커링(Tinkering), 제작(Making), 공유(Sharing), 개선(Improving) 등 각 단어의 앞글자를 딴 용어다. 황 교사는 “팅커링은 말 그대로 가지고 노는 단계다. 그림카드를 통해 알버트를 움직여보는 오늘 수업이 그렇다.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흥미를 느끼게 한다”며 “그 다음 지도를 제작하는 등 직접 만드는 시간(Making)을 갖고, 성과물에 대해 친구들과 얘기(Sharing)한다. 토론 내용을 다시 온라인 사이트에 올리는 등 일종의 수업 후기를 작성해 개선점을 찾는 과정(Improving)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다음 수업에서 상위 개념을 배울 땐 다시 TMSI 과정을 반복한다.

황 교사는 메이커교육의 장점으로 교과융합형 수업이 가능한 점을 꼽았다. 그는 “경복초의 메이커교육엔 정규 교과과정의 내용이 다 포함된다”며 “다음 수업은 알버트를 이용해 연극을 한다. 국어·사회·과학 내용이 다 녹아 있는 ‘스팀(STEAM)’ 수업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스팀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s), 수학(Mathematics)의 영문 앞글자를 딴 ‘창의 융합 교육’으로, 학문을 융합해 학습효과를 높이는 교육 방식이다.

경복초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메이커교육을 시작했다. 한 학년이 한 학기에 7∼8회, 16시간가량의 메이커 수업을 받고 방학 때는 ‘메이커 캠프’를 진행한다. 150명 내외가 신청하는 인기 캠프로, TMSI 학습 중 팅커링이 가장 많이 필요한 1·2학년의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황 교사는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메이커 축제도 열린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무슨 내용을 배우는지 알 수 있는 기회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아무리 코딩을 배운다한들 결국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알버트가 지나갈 지도를 그리라고 나눠준 두꺼운 종이 위에 예쁜 꽃을 그리는 데 여념이 없던 박서연양은 ‘수업이 재밌느냐’는 질문에 양쪽 뺨에 보조개를 피우며 말했다. “꽃을 무슨 색으로 칠할지 모르겠어요.”

 

글·사진=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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